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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독일에서 우울증 걸리지 않는법, 독일의 미친 취미계발 시스템

독일에서 이렇게 오래 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독일의 겨울이 이렇게 습하고 햇빛이 없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찾아갈 내 집이 없고, 내 가족이 없고, 내 친구들도, 어디 마음 둘 곳이 없다고 느껴질 거다. 그게 이민 생활인가 싶다. 

결코 녹록하지 않은, 환상만 갖은 채 어수룩하게 시작한 해외 생활이다. 

 

이곳의 여름 날들은 대체로 따스하다. 죽일듯이 쬐는 폭염은 잠깐이다. 

그런데 겨울은 정말로 힘들다. 10월 부터는 내 몸이 충분하지 않은 햇빛 때문에 시들어 가는 느낌이다. 해는 짧아지고 몸은 으슬하다. 

이곳의 자랑. 12월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해도 나는 어릴 때부터 그 문화를 겪어온 사람이 아니기에, 독일인들이 느끼는 그만큼의 행복감과 따스함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오히려 연말이 참 외롭다고 느낀다. 

 

나는 매년 겨울을 힘들어했다. 이때까지 많은 방법을 찾아보며 시도해 보았다. 

비타민 D 섭취하기,

손발 따뜻하게 하기 위한 보온용품 장만, 그것도 아주 다양한 - 발 보온 기계, 족욕 기계, 보온 장갑, 등등.

조깅하기

요리하고 베이킹하기

해 잠깐 나올때 햇빛쬐러 나가기. 

등등. 

 

물론 다 어느정도는 도움이 되었던 일들이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데서 오는 정신적 공허함을 채워주지 않았다. 많은 날들을 줄곧 집에서 보냈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도 망설여지거나 금전적인 부담이 되어 잘 도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언젠가 도자기 수업을 듣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한국과 엄청난 차이가 나는 클래스 가격에 포기를 한 적이 있다. 그냥 독일에서 취미는 포기하자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내가 지난 겨울에 우연히 발견했던 !무언가!가 있다. 

나는 이것을 통해 이번 겨울을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었고 나의 전반적인 신체, 정신건강이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너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알리고 싶었지만 미루던 찰나 갑자기 이 블로그가 생각났다. 아. 여기다 쓰면 누군가가 읽지 않을까. 생각이 났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그 무언가는 바로바로 Tanzverein  혹은 Sportverein 이다.

*만약 사는 지역에 이런 클럽이 없고 대학생이라면 Uni sport 를 찾아보세요. 

 

여러분이 사는 독일의 어느 지역이라면, 그 지역에서 대게 오랫동안 운영되어온 스포츠클럽&댄스클럽 느낌의 연합커뮤니티가 있을 것이다. 마치 한국의 주민센터 취미강의 느낌이랄까? 그리고 한국은 대게 개인들이 운영하는 학원이 많고 이것저것 배우는데 돈은 좀 들지만 제법 쉽게 시도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외국에 산다면 제법 다른 시스템,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여 질 수 있다. 

 

아무튼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굉장히 오래 운영되어온 클럽이 있다. 다른 지역에 살았을 때도 그 쪽에서 가입을 하려고 했는데, 체험수업만 해보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등록을 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이번에 등록을 해봤는데, 정말 지역주민의 신체&정신 건강 향상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지역 클럽마다 약간의 운영규칙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내가 다니는 곳은 엄청나게 다양한 수업들이 월요일부터 일요일 ,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고 월 25유로의 회원비로 이 모든 수업을 전부 다 들을 수 있다. 정말로 미친 시스템이 아닌가 싶다.... 대체 이런 클럽은 다양한 스포츠 수업을 운영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수업을 다양하게 참여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힙합, 현대무용, 발레, 브레이킹 댄스, 바차타, 살사 같은 춤 수업부터

쿵푸, 킥복싱, 태권도 같은 무술 수업에서 

폴댄스, 에어리얼실크, 에어리얼후프 같은 운동

요가, 명상, 웨이트 트레이닝, 스트레칭, 줌바 등등 까지 다 있다. 

 

 

만약 뭔가 하나를 하는데 빨리 지루함을 느끼는 성격이거나

시간상 항상 참여할 수 없는데 돈이 아깝다거나 하는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달은 많이 참여하지만 다음 달은 덜 참여한다고 해서 돈이 아깝지도 않다.

월 회원비가 얼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냥 동네 피트니스 가격보다 덜 든다.)

여기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보니 이정도는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다 좋은 분들이었다.
젊은 분들부터 나이드신 분들까지, 독일인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하고, 전문 선생님부터 본인은 다른 직업이 있고 자격증을 갖춘 취미 선생님까지 다양하다. 여기서 아이때부터 어떤 것을 배우다가 자격증을 따서 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하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이렇게 배우다가 어떤 것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취미로라도 나중에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겨울부터 이 클럽에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운동을 시도해 보았다. 만약 하나씩 학원에 가서 체험해봐야 했다면 성격상 그냥 안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참여하는 학생들도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까지, 초보부터 실력자 까지 다양하다. 그냥 모두들 웰컴인 분위기이다.

 

처음에 춤 수업을 갔을 때, 수업에 들어 갈 때 까지 집에 다시 돌아갈까 굉장히 고민했었다. 나는 춤이란 걸 춰 본 역사가 없는 사람이다. 뭔가 거울을 보고 춤을 춘다는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이건 춤을 안춰본 사람만이 이해하는 기분이지 않을까? 나는 타고난 몸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양한 춤 수업에 가보았는데, 매번 처음 다른 수업을 가볼 때마다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를 일이었다.

여러 수업마다 대략적인 분위기가 있는데, 그걸 다 처음으로 겪어보자니 자주 쭈뼛거렸다. 

그래도 내 마음이 시키기에 꾸역꾸역 그 수업들에 가보았다. 그리고 두번을, 세번을 갔다. 이제는 한 반 년정도 여러 수업들을 가고 일주일에 꼭 가는 수업들까지 생겼다. 

 

이제는 팔 다리를 사용해 큰 동작을 하는데 조금 덜 어색하다. 이제는 틀려도 덜 부끄럽다. 연습 후 찍는 동영상도 재미있다. 

왜냐, 못하면 좀 어때. who cares?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지 남이 틀리거나 뭘 하나 관심이 없다. 진리이다. 

아마 내가 수업에서 어떤 동작을 하다 미끄러져서 머리를 박던 방향을 반대로 움직이던, 그 모든 실수가 자연스럽고 포용적이다.

아마 같이 웃고 넘기겠지. 우리는 모두 무언가 배우는 과정 그 어딘가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내가 느낀 진짜 중요한 점. 

이렇게 신체를 적극적으로 사용 할 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건 거의 액티브한 의미의 명상이 아닌가 싶다. 만약 이곳의 긴긴 겨울을 싸우다 방안에 있으면 또르르 눈물이 흐르거나 생각에 잠겨 과거로 여행을 가서 괴로워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겠지. 

 

그리고 정말 좋은 점은 이곳에 사는 독일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외국에 살며 로컬 친구들을 사귀는게 은근 쉽지 않은 일이다. 근데 이곳에서는 같이 운동하러 온 친구들이 같이 땀 흘리며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서로 짝 지어서 뭔가 해야 될 때도 있고

아마 다른 장소에서 만났으면 말 한마디 안나눴을 타인들과 가까워진다. 운동을 하는 곳에서는 친구를 사귀기가 쉬울 수 밖에 없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세로토닌이 나오고 당연히 행복한 에너지가 나오게 된다. 미소로 서로를 대하게 된다. 

독일에서 참 사람 사귀기 어렵다고 생각해왔는데,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이런 클럽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게 참 자연스러워서 마음에 든다. 

 

아마 독일에 산지 얼마 안된 독린이나, 독일에서 꽤 살았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그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찾은 정말로 효과 있는 항우울제에 관한 이야기를 맺으며.